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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으로 하루 한 끼를 간신히 해결해야 하는 사람이 건강을 위해 하루 한 끼 월빙 식사를 하는 사람을 보면 어떤 기분일까?" 요즘 페북에 자주 공유되는 '헌금 없는 주일'에 도전하는 어느 교회 기사를 보면서 드는 생각입니다.

 

그 교회를 비난 하고자 하는 마음은 눈꼽 만큼도 없습니다.

여러 면에서 대단하고 의미있는 결단이고 시도임을 인정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단지 왠지 모르게 도전이 되기보다는 주눅을 들게 만드는 것 같아서 그것이 아쉽습니다.

 

저에게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습니다. (아마도 그래서 이런 기분이 드는 건지 모르겠네요)

베트남에서 한인교회 사역을 시작할 때였습니다. 교회가 재정적으로 어려운 때 였는데, 재정문제로 교회의 사역을 축소해야 하는 상황에서 저는 호기있게 교회의 사역을 줄이지 않고 대신 내가 사례비를 받지 않겠다고 교회에 발표를 했었습니다.

솔직하게 고백하면 뭔가 대단한 일을 해낸 기분도 들었습니다.

이정도 했는데 하나님도 사람들도 날 알아 줄거야 라는 생각 까지두요. 😒

 

하지만 사실 그건 희생이 아니었습니다.

저는 교회 사례비 외에 파송교회의 지원과 당시 현지 국제학교에서 근무하던 아내의 수입이 있었습니다.

사례비가 없어도 생활을 할 수 있는 상황이었던 거죠.

1년 넘게 사례비를 받지 않았지만 그것 때문에 굶어 본적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저의 신중하지 못하고 조용하지도 못했던 공명심 가득한 호기가, 정말 적은 사례비나 선교 지원금으로 근근히 살아야 하는 목회자들에게는 큰 상처가 되었다는 것을, 그리고 떳떳하고 정당한 그분들의 사례비를 부끄러운 것으로 오해하게 만들었다는 것을 한참이 지난 지금에야 알게 되었습니다.

 

'꼭 그래야 했다면, 사례를 받아서 무명으로 헌금을 할 수도 있었는데, 왜 나는 누군가에게 알리고 싶었을까?' 늘 아쉬움이 남습니다.

 

이번에 '그 교회'의 도전과 결단이 보여주기 위한 이벤트로 끝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끄적여 보았습니다.

좀더 신중하고 깊은 배려로 이 시도가 위기의 한국의 교회들을 향해서 빈부격차를 드러내는 위화감으로 끝나지 않고 거룩한 도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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