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방학 숙제로 역사 유적을 탐방해야 한데서 동네 대흑산 꼭데기에 있는 비사성을 다녀 왔습니다. 가벼운 맘으로 아이들을 데리고 왔는데... 와서 보니 왕복 1시간 30분이나 걸리는 코스였습니다. 인증 사진을 찍어야 한다는 딸아이의 성화로 사진을 찍긴 찍었는데... 찍고 나니 얼국 가득 썩소만 가득하네요... ㅎㅎㅎ 그래도 정상에 오르고 나니 성취감이 있었는지 아이들 얼굴이 밝아 졌습니다. "애들아 앞으로도 세상 살다가 이런 고비를 만나면 오늘처럼 둘이서 사이 좋게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올라가렴..."
시험 기간... 초딩 아들 방에 들어 갔더니 이런게 붙여져 있다. "공부는 내 일" 가슴이 벅찼다. 이녀석이 이제 6학년이 되더니 드디어 정신을 차리는 구나... 키운 보람이 있구나... 그래 이 맛에 자식을 키우는 거야... 그런데 이 녀석이 책상에 앉아 있는 걸 볼 수가 없다. 나가서 놀고 들어와서 또 놀고 밥 먹기 전에 놀고 밥 먹고 나서 놀고... 나는 곧 깨달았다. 내가 잘 못 읽었단 사실을... "공부는 내 일" 이 아니라 "공부는 내일" 이었던 거였다. 어찌 되었건 오늘은 공부하지 않겠다는 각오인 거다. ㅠ.,ㅠ 아~ (참을)인으로 오늘도 가슴을 후벼 파고 있다.
‘청천동’ 어린 시절을 다 보낸 곳 그리고 아내를 만나고 결혼을 하고 두 아이를 낳기까지 살았던 ‘우리 동네’입니다. 고향이나 우리집 이란 말을 들으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동네이기도 하구요. 그런데 재개발이 시작되면서... 어린 시절 뛰어다니 던 골목도, 남들 눈을 피해 아내와 몰래데이트를 하던 공원도 사라졌습니다. 그런데 결혼 후 두 아이를 나으며 살았던 우리 신혼집이 아직 그대로 있네요. 17년 전 대문 옆 주차장 셔터문에 스프레이 페인트로 그린 아내 얼굴도 아직 그대로 있네요.
우리 큰 애는 중3입니다. 공부에는 취미가 없어 보이고 늘 소설책을 끼고 사는 여자아이랍니다. 가끔 느닷없이 고집도 부리고, 차분히 대화 좀 할라 치면 외계 언어를 쏟아 내고... 그래서 '역시 중딩하고는 대화가 힘드는구나.. 저게 고딩이 되면 그때 다시 대화를 해보자' 속으로 이렇게 생각해 왔습니다. 그런데 어제 딸이 다니는 학교에 다녀 오신 우리 교회 집사님께서 아내 카톡으로 축하한다는 메시지와 함께 사진 한장을 보내 오셨습니다. 우리 딸이 글쓰기 대회에서 우수상을 받은 작품이 학교 벽에 붙어 있는 사진이었습니다. 사진 속에 딸이 쓴 글을 읽으면서... 놀라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했습니다. 먼저는 말이 안 통한다고 생각 했던 우리 아이가 글 속에서는 자기 표현을 너무 잘 해서 놀랐고... (우리 딸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