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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에서 태어난 예수, 왜 백인으로 그렸나 

예수는 백인일까? 우리가 자주 보게 되는 성화 속 예수는 주로 금발에 파란 눈을 가진 백인이다. 서구의 선교사들이 한국에 와서 기독교를 전파하였다 보니, 옛 어른들은 교회 다니는 사람들을 양놈의 종교를 믿는 사람이라고 욕하기도 했다.

 

6세기 이집트 작품 '그리스도와 성 메나스'. 그리스도는 왼팔로 성경을 안고 있다. 

 

 

예수는 지금의 중동지역에서 태어나신 분이다. 백인일 리가 없다. 유명한 영화 십계’(1956)에서 모세의 역할을 맡은 배우도 아쉽지만 금발을 휘날리던 찰턴 헤스턴이었다. 그 영화에서 그나마 현실에 가장 가까웠던 배우는 이집트의 파라오 역할을 했던 율 브리너다. 그는 머리 색이 상관없는 대머리였다. 그래서 근간에 멜 깁슨이 만든 영화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2004)에서는 현실성을 감안하여 배역들을 모두 검은 머리 배우들로 등장시켰다. 몇 학자들이 역사적 실제성을 감안하여 재구성한 예수의 가상 얼굴을 보면, 꼭 서울 이태원의 중동 음식 레스토랑에서 일하는 주방장처럼 생겼다.

 

2018년 브라질 3D 디자이너 시세로 모라에스의 그림. 영국 BBC 연구팀의 연구에 따라 예수의 모습을 재건했다. 

 

 

성서의 지리적역사적문화적 배경이 되는 지금의 팔레스타인-이스라엘은 아시아에 속한다. 그곳을 유럽에서는 자기네와 가까운 근동’(Near East)이라 불렀고, 우리 입장에서 보자면 서아시아’(West Asia). 지금의 중동 및 범 아랍권에 속한다. 그래서 사실 성경을 잘 알려면 중동을 잘 알아야 한다. 아쉬운 것은 한국과 서구의 많은 기독교인들은 종교적 이유 때문에 이스라엘 주변 민족의 문명을 터부시하기도 한다. 이스라엘을 제외하곤 대부분이 이슬람을 믿는 아랍권 국가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성서는 이 아랍권 역사와 문화의 병풍 안에 그려져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그런데 왜 성경의 배경은 중동이었을까? ‘라는 질문 자체가 역사 발생적으로는 적절치 않다. 그러나 그럴듯하게 생각해 보자면, 중동은 지리적으로 가장 보편의 위치라 할 수 있다. 중동 위에는 유럽, 아래에는 아프리카, 동쪽으로는 아시아가 위치해 있으며, 이 세 대륙이 서로 맞닿아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 중동 지역 사람들의 외모도 세 인종의 종합처럼 보인다. 유럽 백인의 얼굴형이 살짝 보이지만, 머리카락은 아프리카 흑인처럼 조금은 곱실거리고, 피부는 아시아의 황인이 선탠을 과하게 한 듯 해 보인다. 그야말로 세 대륙과 인종을 다 아우르는 곳이 중동이다.

 

 

 

 

성경의 배경을 공부하기 위해서 만이 아니더라도, 중동의 고대 문명은 큰 관심을 기울일 가치가 있다. 서구의 문명 발달을 이야기 할 때, 주로 그리스의 헬라 문명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 나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보편적 이해이기는 하지만 사실 여기에는 살짝 감춰져 있는 것이 있다. 유럽은 사실 이슬람의 찬란한 문명을 공식적으로 혹은 슬그머니 배워와 자기의 것으로 차용한 것이 아주 많다.

 

중세 때 라틴어로 적힌 많은 학술 서적은 치밀하게 살펴보면 본래 아랍어로 적힌 글을 라틴어로 번역해 놓은 것에 지나지 않는 것이 꽤 있다. 엄밀히 보자면 표절이다. 역사학과 지리학을 비롯하여 철학, 천문학, 수학, 물리학, 화학, 의학, 연금술 등 서구 유럽이 아랍 문명에 빚지지 않은 게 없을 정도다. 기독교를 근간으로 한 서구의 문명이 이슬람의 아랍권에게 크게 의존하였다는 것을 애써 숨기고 싶어 했던 것일까? 고대 서아시아 학자들의 식견으로는 심지어 그리스의 문명도 중동으로부터 비롯된 것이 많아 보인다. 그래서 이제는 유럽 안에서도 인정할 것은 인정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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