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아이들이 다니는 대련한국국제학교 앞 횡단보도에서 교통지도를 섰습니다. (학부모들이 매일 아침마다 순번대로 돌아가면서 서는 것이라고 합니다.) 당연히 아내가 갈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학교(민족대) 수업에 늦으면 안 된다며 저더러 가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제가 가게 되었습니다. 뭐 별거 있겠냐 싶어서 그냥 갔습니다. 추울 거 같아서 내복도 껴입고 츄리닝 바람에 점퍼 두 개 걸치고 그냥 그렇게 갔습니다. 다행히 교문을 등지고 서서 깃발을 들고 있으면 혹 성도들이 지나가더라도 마주칠 염려가 없을 거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전 진심으로 교인들에게 아침부터 담임목사와 마주쳐야 하는 당혹스러움을 안겨드리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잠시 화장실을 다녀 와서 깃발을 들고 횡단보도 한쪽 귀퉁이로 가는데... 맞은..
한국을 떠나 베트남에서 3년 그리고 이제 중국에 와서 느끼는 가장 큰 변화는 베트남에 있는 동안 잊고 있었던 계절의 변화입니다. 뭔가 변화가 있다는 건 그게 무엇이든 간에 사람을 설레이게 하는가 봅니다. 가을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바람이 쌀쌀해 지는가 싶더니, 금세 낙옆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올 여름, 아들러의 '미움 받을 용기'란 말을 참 많이 들었고 또 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떨어지는 낙옆을 보니 지금 내게는 미움 받을 용기 만큼이나 '떨어 뜨릴 용기'가 필요하단 생각을 하게 됩니다. 나무가 다시 찾아오는 봄에 그 잔인한 겨울의 자국을 뚫고 새 잎사귀를 내기 위해서는 바로 지금 낙옆을 떨어뜨릴 용기가 필요합니다. 잎을 붙들고 쓸데 없이 외모를 자랑하려다가는 겨울을 자 낼 힘을 낭비할 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