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의 죽음은 많은 이들에게 슬픔으로 아쉬움으로 기억될 것입니다. 그러나 그 죽음이 우리에게 주는 마지막 선물 같은 것이 있었습니다. 바로 가족이 한 자리에 다 모이게 된다는 것이죠. 늘 바쁜 일상을 이유로 한 자리에 모이기가 힘들었 던 가족들, 그러나 부모님의 죽음 앞에서는 그 어떤 것도 핑계가 될 수 없었습니다. 장인 어른의 장례가 끝난 후 처가 식구들이 모두 모여 나들이를 갔습니다. 큰 처형이 취미로 가꾸고 있는 강화도의 주말농장을 시작으로 강화도 구석구석 맛집과 분위기 좋은 카페 그리고 온천 체험장까지... 놀러 간 것이 아니라, 형제 간에 화목하기를 바라셨을 장인어른의 뜻을 기리기 위한 추모식 같은 것이었습니다.
아이들 방학 숙제로 역사 유적을 탐방해야 한데서 동네 대흑산 꼭데기에 있는 비사성을 다녀 왔습니다. 가벼운 맘으로 아이들을 데리고 왔는데... 와서 보니 왕복 1시간 30분이나 걸리는 코스였습니다. 인증 사진을 찍어야 한다는 딸아이의 성화로 사진을 찍긴 찍었는데... 찍고 나니 얼국 가득 썩소만 가득하네요... ㅎㅎㅎ 그래도 정상에 오르고 나니 성취감이 있었는지 아이들 얼굴이 밝아 졌습니다. "애들아 앞으로도 세상 살다가 이런 고비를 만나면 오늘처럼 둘이서 사이 좋게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올라가렴..."
시험 기간... 초딩 아들 방에 들어 갔더니 이런게 붙여져 있다. "공부는 내 일" 가슴이 벅찼다. 이녀석이 이제 6학년이 되더니 드디어 정신을 차리는 구나... 키운 보람이 있구나... 그래 이 맛에 자식을 키우는 거야... 그런데 이 녀석이 책상에 앉아 있는 걸 볼 수가 없다. 나가서 놀고 들어와서 또 놀고 밥 먹기 전에 놀고 밥 먹고 나서 놀고... 나는 곧 깨달았다. 내가 잘 못 읽었단 사실을... "공부는 내 일" 이 아니라 "공부는 내일" 이었던 거였다. 어찌 되었건 오늘은 공부하지 않겠다는 각오인 거다. ㅠ.,ㅠ 아~ (참을)인으로 오늘도 가슴을 후벼 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