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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개(독수리) 발톱을 뽑으면 그냥 죽는겁니다.

  전문성이 떨어지는 자기계발 강사들이 흔히 저지르는 실수가 좋은 말에 감명받고, (혹은 '카더라'에 열 받고) 그냥 가져다 쓰는 겁니다. 사실인지 확인해 보지도 않고 속칭 그냥 '지르기'인데 대표적인게 '솔개 이야기'입니다. 솔개(독수리) 이야기 아시나요? 이 감동스러운(?) 이야기에 따르면 솔개는 70년을 정력적으로 살 수 있다고 합니다.


내용은 대략 이렇습니다.

“독수리가 70까지 살려면 40살쯤에 변신을 위한 고통의 터널을 통과해야 한다. 40년쯤 되면 독수리의 부리는 굽어져 가슴 쪽으로 파고들고 발톱 역시 굽어져 먹이 사냥을 할 수 없게 된다. 이때 독수리는 결단을 해야 한다. 1년쯤 더 살다가 죽든지, 아니면 고통스럽지만 변신해 30년을 더 살 것인지…. 결단한 독수리는 절벽 꼭대기에 올라가 자신의 부리를 바위에 으깨 부리를 뽑는다. 그 자리에 날카로운 새 부리가 돋아나면 그는 그 부리로 휘어져 못 쓰게 된 발톱을 뽑는다. 빠진 발톱 자리에 새 발톱이 돋아나고, 새 부리와 새 발톱을 가진 독수리는 제2의 삶을 시작한다.”

많이 들어보셨죠?

글쓰기에서 진실을 왜곡하는 나쁜 사례입니다. 작가정신 측면에서 인용할 때 얼마나 의심을 가지고 복수 점검(크로스 체크) 해보냐고요. 그리고 물어봅니다. 감명스럽게 들리긴 하는데, 당최 이게 말이 되는 소리냐고요.

 

평상시 들으면서 '아~! 솔개 짱이다.' 이러면서 넘어가는 것도 생각해 보면 코메디인데 이걸 또 열심히 전파하러 다니는게 이 바닥 업계의 흔한 풍토라니요.


이 세상 모든 생물이 예외없이 생로병사를 거치는데 어찌 솔개나 독수리만 자연법칙을 거스르는 기회를 한 번 더 얻냐고 묻습니다. 독수리가 전설 속의 피닉스 정도나 되면 모르겠지만, 이상하지도 않냐고요. 그러면 들으시는 강사, 예비작가, 코치님들 표정이 '어? 진짜 듣고 보니 그렇네?' 이런 표정을 지으십니다.

보통 의심가는 상황이 생길 때 여러분들은 어떻게 하시나요? '뭐 좋은 소리인데 뭘 따져?', '유명하신 분들이 말하는데 설마 거짓말이려고?' 

양코치가 딱 5분 정도 시간을 들여 서울대공원 동물 복지과에 전화를 해본 경험이 있습니다. 제 궁금증을 들으시더니 맹금류 사육사쪽으로 연결을 시켜주시더군요.  관련자 분과 통화가 되어 시장에 떠돌고 있는 위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제가 궁금한 내용을 여쭤봤습니다. 혹시 키우던 새들 중에 저런 사례가 있냐고요.

답변해 주신 분 이야기를 간단히 정리하자면 '사육사 30년 생활에 별 희한한 소리를 다 듣겠다. 말도 안된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입니다. 이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확인해 보려고 전화 한 통 때린 제가 우습나요? 아니면 이런 말도 안되는 이야기에 의심도 한 번 안하고 여기저기 퍼나르면서 진실인 것처럼 떠들고 다니는 모습이 더 우습나요?

새는 포유류와 달라 섭취를 못하면 생존할 수 있는 기간이 극히 짧은데 으깨진 부리를 스스로 뽑고 발톱도 뽑는다? 정신이상 솔개가 미친 적하고 해 볼 수도 있겠지만 자연의 생태계에서 그냥 죽겠다는 신호라고 봐야 합니다. 


게다가 NEC(National Eagle Center) 협회에서 올라온 질문에 대한 답변을 참고하자면 야생에서 기껏해야 최장 20~25년입니다. (70~80%는 태어난지 5년 내에 죽고요) 동물원에서 잘 돌봐서 기록을 세워봐야 50년인데 평균 수명을 40년으로 늘여놓고 발톱뽑아 30년을 더 확 연장시켜 버리다니 다들 윌 프로젝트에 참가하고 있었던 걸까요?) 


말을 전달하고자 하는 의도도 근거가 뒷받침 되어 있을때 더 설득력을 지니는 겁니다. 자신에게 필요한 논리 한 두개를 뽑아쓰기 위해 가져다 붙이는 신화적 사례들, 좋은게 좋다라는 논리로 인해 역사와 사실을 통해 객관성과 직관력을 높여야 하는 대중들이 더 망가지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 하는 사람들과 글을 쓰는 사람들은 언제나 그 무게를 알아야 합니다.  

잘 모르겠다면 모른다고 해야 합니다. 진실은 언젠가는 명명백백 밝혀지고 그때 내가 쌓은 거짓 신뢰도는 지근지근 밟히는 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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