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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etch/일상

아버지께 쓰는 편지

NAMU230 2016. 6. 9. 20:50



아버지의 장례식과 주변 정리를 마치고 중국에 들어 온지 한 주가 다 되어갑니다.

그런데 아직도 아버지의 부재가 실감이 나지를 않습니다.

금방이라도 예전처럼 전화기 넘어로 "별일 없냐?" 라고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릴 것만 같습니다.

 

이제서야 한국에서 들고 온 가방정리를 하다가 백팩 주머니에서 꼬깃꼬깃한 메모지 한 장을 찾았습니다.

메모지에는 '아버지께 쓰는 편지'라고 적혀 있습니다.

 

장례식 마지막 날, 발인예배를 아버지가 섬기시던 교회에서 드리게 되었는데, 집례하시는 목사님께서 유족대표로 아버지께 쓰는 편지를 준비해서 장례식 중에 낭독해 달라고 부탁을 하셨었습니다.

 

그 때 빈소에서 먹먹한 가슴으로 간신히 메모지에 몇 자 적었었습니다.

사실 그때 가장 쓰고 싶었던 것은 '아버지가 보고 싶다'는 그 말 한마디 였습니다.

 

사랑하고 존경하는 아버지.

 

지금, '내 등에 짊어진 쌀자루는 무거울 수록 발걸음이 가볍다'는 말이 생각납니다.

 

평생을 가정과 직장에서 그리고 교회에서 수고하신 아버지...

 

삶의 수많은 자리와 역할 속에서도 늘 가벼운 발걸음으로 오늘까지 우리를 그 두어깨에 짊어지고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필요 없는 자리, 쓸모 없는 역할이라 여기지 않으시고...

 

, 늘 당신을 실망시켰던 저희를 부끄러운 자식으로 생각하지 않으시고...

 

가정을 당신의 상급으로 저희를 선물로 여기시고 늘 한결같이 사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버지의 갑작스런 죽음 앞에서 우리 모두는 아버지의 유언을 들을 수 없어 안타까워 했었습니다.

 

아버지와 못다한 말이 너무 많아서 더 안타까웠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압니다.

 

아버지께서 말 한마디 하지 않으시고 가셨지만, 이미 우리에게 많은 말씀을 하셨다는 것을요.

 

아버지가 늘 읽으시던 그 성경 말씀.

 

아버지가 늘 부르시던 그 찬양.

 

아버지가 늘 한자리에서 드리시던 그 예배.

 

이버지가 늘 한결같이 사랑하셨던 그 교회.

 

아버지의 그 한결같던 삶이 저희에게 주시는 아버지의 유산이고 유언인 것을 이제 압니다.

 

아버지!

 

아버지를 만나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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