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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통/Book

땅 위의 직업

NAMU230 2018. 10. 1. 18:11



 

살아가기 힘들 때 문뜩 떠올릴 사람이 있습니다.

 

우리가 어느 별에서 중에서...

 

살아가기 힘들 때 문득 생가나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는 잡지사 기사로 일하던 시절 취재를 위해 딱 한번 만난 적이 있던 강원도 탄광 마을인 고한에 사는 한 평범한 광원입니다.

 

저는 탄광 취재를 위해 지하 막장까지 그를 따라가 본적이 있습니다. 헤드램프가 달린 헬멧을 쓰고 작업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 700미터 아래로 내려갔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다시 갱차를 타고 수평으로 1,200미터까지 가서 다시 갱 속으로 천천히 들어 갔습니다. 

 

미로와 같은 갱 속은 춥고 어두웠습니다. 갱 바닥는 탄가루와 흙이 뒤범벅이 돼 장화신을 발이 푹푹 빠졌습니다. 나는 오직 헬멧에 달린 히미한 불빛에 의지해 그를 따라갔습니다.

 

그렇게 한 30분쯤 걸어 갔을까. 더이상 갱도가 없는 곳이 나타나고, 갱벽 한가운데에 비스듬히 위로 뚫은 새로운 갱도가 하나 나왔습니다. 제대로 고개도 들지 못하고 거의 기다시피 하면서 들어갔는데, 그곳이 바로 지하 막장이었습니다.

 

막장안은 지열 때문에 몹시 더웠습니다. 가만히 앉아 있기만해도 땀이 흐르고 가슴이 답답해졌습니다.

 

아무도 없는 땅속 저 깊은 곳, 어딘지도 모르는 땅속 한 귀퉁이에서 작은 벌레처럼 앉아 숨을 헐떡이고 있는 기분이었습니다.

 

나는 곡괭이질을 하는 중간중간에 한마디씩 던지는 광부의 말이 제대로 들리지 않았습니다. 그를 취재한다는 것이 그 순간에는 너무나 건방지고 부끄러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나는 광부에게 간신히 한가지를 물어 보았는데, 그것은 그의 소원이 무엇이냐는 다소 엉뚱한 질문이었습니다. 그리고 내게 들려진 그 광부의 대답에 나는 목이 꽉 메이고 전기가 온몸을 통과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물론 그건 땅 위의 직업을 갖는 거지예. 땅 위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자기들의 직업이 얼마나 좋은 것인지 잘 모릅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땅 위의 직업' 갖기를 소원하는 사람이 이 세상에 있을거라고 생각도 해보지 않았습니다.

 

땅 위에서 일하면서도 단 한번도 그것에 대해서 감사하게 생각해 본적이 없는 나에게 그 광부의 말은 커다란 깨우침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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