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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etch/일상

끈 떨어진 연

NAMU230 2016. 9. 18. 17:45



 

지난 추석,

나와 아이들은 아내 없이, 엄마 없이 연휴를 보냈습니다.

 

아내와 엄마의 부재는 마음 한 켠에 아쉬움을 남겼지만, 또 다른 한 켠에는 알 수 없는 해방감을 남겨 놓더군요.

 

우리는 마음 한 쪽에 있던 아쉬움을 꺼내 들고 아내와 엄마를 배웅했습니다.

그리고는 뒤 돌아서 다른 한 쪽의 해방감을 꺼내 들고 맘 껏 그 것을 즐겼습니다.

 

늦게 일어나고, 아침 밥은 라면으로 때우고, 점심은 나가서 놀다가 피자를 사먹었습니다.

"아내에게, 엄마에게 설겆이를 남겨 주지 말자"...

되도 않는 소리를 해가며 가끔씩 밀려오는 미안함과 불안함을 스스로 달래며 그렇게 끝까지 달렸습니다.

 

그리고 그날 저녁...

결국 우리에게 남은 것은 소화 불량과 참을 수 없는 공복이었습니다.

 

참다 못해 혹시나 하고 냉장고를 열어 보니 아내가 준비해 놓은 전과 나물 그리고 고기와 찌개가 보입니다.

아~ 안도와 고마움 그리고 미안함이 밀려옵니다.

 

우리는 그동안 아내 그리고 엄마가 우리 코에 고삐인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그동안 은근히 그걸 불편해 했나 봅니다.

 

어쩌면 그래서 더, 아내 그리고 엄마의 부재를 틈타 고삐 풀린 망아지들 처럼 그 난리를 치며 자유를 만끽해 보려고 했었나 봅니다.

 

그러데 알고 보니 아내 그리고 엄마는 고삐가 아니었습니다.

그녀는 우리에게 '연줄'과 같은 사람이었습니다.

 

아내 없는 나, 엄마 없는 우리 새끼들은 끈 떨어진 연이었습니다.

신나게 놀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몸과 마음이 끈 떨어진 연처럼 계속 맥없이 바닥으로 곤두박질을 칩니다. 

 

엄마가 준비해 논 저녁을 먹은 아이들이 간절한 눈빛으로 제게 물어봅니다.

"아빠 엄마는 언제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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