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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 창고/시사&상식

필리버스터

NAMU230 2016. 2. 24. 10:30



어제부터 '필리버스터'란 말을 많이 듣게 된다. 정치에 관심이 없는 나로서는 생소하기 그지없는 말이다.

그런데 이 용어를 제대로 모르니 도대체 뉴스와 지금 국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구글과 미디어 기사에서 필리버스터에 대해 검색하고 내 수준에 맞게 모아봤다.

 

필리버스터란?

 

합법적 의사진행방해행위를 지칭하는 용어이다.

 

의회에서 다수당이 수적 우세로 법안이나 정책을 통과시키는 것을 막기 위해 소수당이 표결을 방해하는 행위를 말한다.

어원은 해적, 용병이라는 뜻의 스페인어인 filibustero.

1854년 미국 상원에서 캔자스, 네브래스카 주를 신설하는 내용의 법안을 막기 위해 반대파 의원들이 의사진행을 방해하면서부터 정치적 의미로 사용되기 시작하였다. 소수당의 최종병기라고 말하기도 한다.

 

필리버스더는 해적(: freebooter, pirate)을 뜻하는 스페인어 filibustero에서 나온 말이다. 1850년대 초에 본국의 이익에 반하여 중남미에서 폭동과 혁명을 선동한 스페인 해적들이 최초의 filibustero인데, 이들은 본국의 명령이나 허락없이 사적 이익을 위해 함부로 외국 영토를 침범하기도 했다. 여기서 '국익에 대한 방해자'라는 이미지가 강해져 의회에서 의사진행 방해자에게 쓰이게 된 것이다.

1853년 미국 상원에서 쓰인 것이 최초의 기록이다. 한 상원의원이 원하는 한 무한정 연설을 할 수 있는 상원의원의 특권을 이용하여 연설을 오래하는 방식으로 의사진행을 방해하자, 다른 의원이 그걸 가리켜 "미국에 도전하는 필리버스터링(filibustering against the United States)"이라고 비판한 것이 현 의미의 근거가 되었다.  filibuster (교양영어사전, 인물과사상사)

 

 

 

 

 

필리버스터의 형태는 주로 무제한적 토론을 요구하여 매우 긴 시간동안 발언하거나, 표결을 고의적으로 방해하는 형태로 이루어진다. 이 때 어디까지 발언해도 되는가에 대해서는 각국의 입법에 따라 달라진다.

 

미국의 경우는 의제와는 관계가 없어도 된다.

그래서 드문 경우지만 성경을 읽는다거나, 셰익스피어나 조지 버나드 쇼의 희곡을 쭉 낭독하면서 시간을 때우거나 하기도 한다. 또 어떤이는 자신의 자서전이나 전화번호부, 요리 레시피북을 가져와서 읽는다.

 

한국의 경우 부의된 안건에 대하여 발언할 것을 명시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 은수미 의원이 네티즌 의견을 읽어주는 방법으로 사실상 저 규정제한을 무력화 시켜버렸다.

 

대한민국 법률에서는 '무제한 토론'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만, '필리버스터'라는 표현이 아직은 더 널리 사용되고 있다.

 

 

필리버스터의 유래

 

의결 방해 행위는 고대부터 있어 왔는데, 로마의 집정관이 되려는 카이사르를 저지하려고 카토가 원로원에서 하루 종일 연설한 것이 가장 유명한 일화이다.

 

 

테러방지법 반대 필리버스터

 

[시사IN]

2016223, 더불어민주당 소속 108명 전원의 명의로 신청하여 김광진 의원부터 시작해 국회의장에 의해 직권상정된 테러방지법 처리를 지연시키기 위해 오후7시부터 필리버스터에 돌입하면서 국회선진화법 도입 이후 첫 필리버스터 시행으로 기록되었다. (정의당과 국민의당 역시 참여를 결정한 상태)

 

참고로 두번째 주자는 문병호 의원, 세번째 주자는 은수미 의원, 네번째 주자는 박원석 의원, 다섯번째 주자는 유승희 의원, 여섯번째는 최민희의원, 일곱번째는 강기정 의원, 여덟번째는 김경협의원이라고 한다. 공식적인 순번은 1 김광진, 3 문병호, 5 은수미, 7 박원석, 9 유승희로 되어있지만 이는 여야가 번갈아가면서 발언할 수 있기 때문으로, 여당의 신청자가 없기 때문에 빈 것이다. 필리버스터가 시작되었을 때에는 여당의 신청자가 있었는데, 이들은 야당이 반대 무제한 토론을 한다면 우리는 찬성 무제한 토론을 하겠다며 토론을 신청했다. 그런데 이는 시간 초과로 야당의 필리버스터를 도와주는 꼴 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여당 지도부의 결의로 무산되었다.

 

그리고 김광진 의원은 2016224040분 기준 김대중 대통령의 5시간 19분 기록을 경신 하고 5시간 34분만에 끝냈다. 다음으로 문병호 의원이 24229분 기준 1시간 50분의 필리버스터를 마쳤다. 이후, 은수미 의원이 필리버스터를 진행하고 있다. 24일 오전 625분 경, 새누리당 홍철호 의원으로부터 의제와 관련 없는 내용으로 시간을 끌고 있다는 항의가 들어왔으며 그에 따라 국회의장은 은수미 의원에게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내용은 간략히 발언하라며 주의를 주었고, 잠시간 양 측간에 서로를 비난하는 소란이 있었다. 이로 인해 동료의원들이 이해를 못하는 것 같다며 처음부터 내용을 다시 읽기 시작하여 발표 시간을 늘려줬다는 점은 개그.

 

그러나 현행 국회법에 따르면 무제한토론 필리버스터는 인정되지만 무제한 토론으로 상정된 의안을 폐기시킬 수는 없다. 국회법 제106조의2 8[10]이 필리버스터의 한계를 정해놓고 있기 때문이다. 해당 조항의 의미는 "무제한 토론으로 인한 의사방해"는 해당 회기까지 인정되는 것이고 회기 종료시에 자동적으로 무제한 토론도 종결되며, 토론 대상인 안건은 다음 회기에 지체 없이 표결하게 된다는 것이다.

 

2016223일 임시회는 310일에 회기가 끝난다. 총선이 있긴 하지만 야당에서 310일까지 의사방해를 한다면 당연히 다시 임시회를 열게 된다. 임시회 소집은 국회의원 1/4나 국회의장, 심지어 대통령도 요구할 수 있다! 이를 소위 '회기계속의 원칙'이라고 한다. 사실은, 미국에서도 필리버스터로 의안폐기를 시키는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미국 상원의 필리버스터 시스템은 사실상 논쟁적인 의안을 통과시키기 위해서 과반수가 아니라 60%의 찬성을 얻어내라는 다수결 가중에 가까운 제도로 활용되는 것이다.

 

결국 미국과 마찬가지로 한국에서도 필리버스터는 원내 소수당이 할 수 있는 가장 정치적이고 절박한 원내 시위인 셈이다. 그나마 미국은 정기회가 2년씩 계속되니까 (미국 의회선거는 2년마다 열린다!) 회기 종료 때문에 필리버스터가 끊기지 않고 이론적으로는 무한한 의사방해가 가능하지만...한국은 회기가 토막토막 이어져서 결국 여지없이 끊기게 된다.

 

이에 현재 진행되고 있는 필리버스터는 여론을 얻고 여당을 압박하여 직권상정을 취소시키는 것을 목표로 진행되고 있다고 보는 것이 옳다. 필리버스터가 길어지면 새누리당 입장에서도 불리한데, 테러방지법 다음으로 걸려 있는 법안이 바로 선거구 획정 합의안이기 때문이다. 이게 빨리 통과되지 않으면 4월에 있을 총선에 많은 지장을 주게 된다. 물론 야당도 부담되기는 마찬가지다. 무제한 토론으로 인해 선거구 처리가 229일을 넘어가버리면 선거 연기를 피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테러방지법이 뭐길래?

 

잘못된 법은 주인 잃은 무기고가 될 수 있다.

 

반테러법은 말 그대로 테러를 반대한다는 법이다.

하지만 이를 악용하면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인권을 침해할 수 있는 양날의 검이다.

 

[시사IN]

지난해 1218일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 서쪽 60지점에 있는 월렌코미에서 시민들이 대정부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에티오피아 최대 부족인 오로모족이 살고 있는 지역들을 수도 아디스아바바에 편입한다는 정부 방침 때문이었다. 한 달여 동안 시위가 이어져왔던 이날, 정부군과 경찰은 문자 그대로 살인 진압에 나섰다. 시위대에게 발포한 것이다. 최소 75명이 사망하고 시위대 상당수가 부상당했다.

 

이날 군경의 발포는 에티오피아 법률상 합법이었다.()테러법덕분이다. 이 법은 1991년 군사정권을 축출한 뒤 장기 집권을 하던 고() 멜레스 제나위 총리의 작품이다. 생전 박정희 전 대통령을 가장 존경하며 한국의 경제개발에 지대한 관심을 가졌던 그가 2009년 도입했다. 에티오피아 정부는 이 법안을 빌미로 반체제 인사와 정부 비판 성향 언론을 탄압한다는 국제적 비난을 받아왔다.

 

에티오피아 정부의 발포로 수십명이 사망하자 국제 인권단체들은 반테러법을 이용해 평화 시위를 무력으로 진압했다며 비판에 나섰다. 에티오피아의 한 인권단체 인사는 자기 땅을 정부에 빼앗기지 않으려고 시위한 것이 테러는 아니다. 이 법이 제정된 뒤 정부에 반대하면 무조건 반테러법 위반이고 시위대를 향해 발포해도 합법적인 것이 되어버렸다라고 말했다. 국제적인 비난에도 불구하고 제타체우 레다 정부 대변인은 시위대는 폭력적 방식으로 시민들을 위협했다. 반테러법에 의거한 발포는 정당했다라고 말했다.

 

이집트에서도 반테러법은 군과 경찰에 자유로운 무력 사용권을 부여했다. 지난해 8월 카이로 동부 나사르시티의 한 주택에 이집트 대테러 부대가 출동했다. 그들은 일방적으로 총기를 난사해 집안에 있던 대학교수 등 일가족을 몰살시켰다. 살해당한 가족은 모두 비무장 상태였다. 이집트 정부의 대테러 부대가 왜 이들을 죽였는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집트 반테러법은 지난해 629일 히샴 바라카트 검찰총장이 출근길에 폭탄 테러로 숨지자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이 불과 두 달 만에 만들었다. 이 법안으로 테러 단체를 만들거나 주도하면 사형이나 종신형, 그리고 테러 단체에 자금을 대거나 합류하면 각각 징역 25년형, 10년형을 받을 수 있다. 이 법안은 엘시시 대통령에게 무소불위의 힘을 안겨주었다. 엘시시의 정적인 무르시 전 대통령 지지 세력인 무슬림형제단을 테러 조직으로 규정했다. 누구든 무슬림형제단에 가담하거나 기부하면 이 법에 의해 징역 10년 이상을 받게 된다. 엘시시에게 반테러법은 정적 제거용으로 안성맞춤이다.

 

새해 벽두인 지난 12일 사우디아라비아는 저명한 시아파 지도자를 포함한 사형수 47명을 테러 혐의로 집단 처형했다. 알카에다 관련 테러에 가담한 혐의였다. 처형의 법적 근거는 반테러법이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시아파 지도자 알님르도 이날 처형당했다. 사우디 내 시아파 진영이 격분했다. 중동의 시아파 종주국인 이란 역시 거세게 반발하면서, 사우디·이란 관계는 외교 단절로 치달았다. 사우디의 한 인권운동 관계자는 이번에 처형된 이들은 반테러법의 희생양이다. 나는 이들이 사우디 왕실에 대한 위협 세력이지 테러리스트는 절대 아니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우리 나라의 경우

 

[시사IN]

1124일 국무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테러방지법 통과를 국회에 강한 어조로 촉구했다. 대통령은 국회에 계류된 테러 관련 법안들 처리에 국회가 나서지 않고 잠재우고 있다라고 말했다.

 

김대중 정부 말기인 14년 전 처음 발의된 이래, 테러방지법은 큰 사건이 터질 때마다 수면 위로 올라왔다. 20019·11 테러, 2004년 김선일씨 피랍 사건, 20057·7 런던 테러 등 국제 테러 사건이 터졌을 때가 대표적이다. 지난 3월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가 피습되었을 때도 새누리당은 이를 테러로 규정하고 테러방지법을 추진했다.

 

그럼에도 테러방지법이 14년간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이유는 독소 조항 논란 때문이다. 참여정부 시절인 2003년에는 국가인권위원회·대한변호사협회가 공식적인 반대 의견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참여연대,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등 98개 시민단체가 공동으로 반대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현재 새누리당이 입법을 추진하는 테러방지법안은 당시 지적된 독소 조항을 그대로 담고 있다. 심지어 당시 여야 논의 끝에 수정 또는 삭제된 조항도 되살려 발의했다. 테러단체 구성죄와 가중처벌 조항이다.

 

새누리당안은 테러 대응의 실무적 권한을 국정원에 맡겼다. 국무총리가 의장을 맡는 국가테러대책회의를 신설하고, 그 아래 테러대책상임위원회를 두었다. 상임위원장은 국정원장이 맡는다. 상임위원회는 테러 사건 발생 시 정부의 대응 방향을 결정하며 테러단체의 지정 및 해제 권한을 갖는다(10). 결국 어떤 단체가 테러단체인지 결정하는 기구를 국정원장이 이끌게 된다.

 

상임위원장은 테러를 선전·선동하는 글, 그림, 상징적 표현물 등이 인터넷이나 방송·신문에 유포될 경우 관계 기관의 장에게 긴급 삭제 또는 중단을 요청할 수 있다(23). 미디어 검열권을 갖는 것이다.

 

실무기관인 테러통합대응센터도 국정원장 산하다. 테러통합대응센터는 테러단체의 구성원으로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자의 출입국, 금융거래, 통신 이용정보 등을 수집·조사할 수 있다(161). 부칙을 보면 통신비밀보호법을 일부 개정해 대테러 활동에 필요한 통신 제한 조치(감청)도 가능해질 예정이다.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는 1119일 논평을 통해 감독과 통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국가정보원에게 과도하게 권한을 집중시키고 있어 우려스럽다라고 밝혔다.

 

특히 통신 검열을 허용한 제16조는 10년 전에도 독소 조항으로 지적되었던 부분이다. 이 조항은 2005년 여야 의원 21명이 공동 발의한 테러방지 및 피해보전 등에 관한 법률안’(대표발의 조성태) 11조와 거의 일치한다. 당시 이 조항은 테러단체의 구성원으로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를 오로지 국정원의 자의적 해석에 맡겨 대표적인 독소 조항으로 꼽혔다. 20062월 허상구 검사(당시 서울고등검찰청)는 해외 연수 때 쓴 논문에서 이 규정에 의한 인권침해와 권한 남용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라고 말했다.

 

인권침해 조항도 남아 있다. 테러통합대응센터장이 테러를 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는 내·외국인의 출입국 규제를 요청할 수 있다는 내용(162)14년 전 김대중 정부안부터 국제인권조약에 어긋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2002년 당시 국가인권위원회는 미국·영국의 유사한 법과 달리 출국 절차 및 그 대상의 인권 보호를 위한 구제 절차를 전혀 마련하지 않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같은 해 국제앰네스티 역시 테러와 관련되었다는 의심만으로 난민 신청에 대한 어떤 심사가 있기도 전에 강제송환당할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한국은 강제송환 금지 원칙을 규정한 유엔 난민조약과 고문방지조약의 당사국이다라고 지적했다. 새누리당안이 제안 취지에서 언급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외국인 테러 전투원 규제를 위한 결의’(20149) 역시 각국은 국제인권법을 포함한 국내법·국제법상의 의무와 조화를 이루는 테러 방지 행동을 취하라고 명시하고 있다.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국회를 압박한 1124,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테러방지법을 통과시키기로 합의했다. 다만 새정치민주연합은 테러통합대응센터를 국정원이 아닌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에 설치하자고 주장한다. 1127일 열린 국회 정보위 법안소위에서 여야는 테러방지법을 두고 논쟁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다. 새누리당 이철우 의원은 야당이 인권침해를 우려하지만 테러가 실제로 일어나면 더 큰 인권침해가 벌어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 김광진 의원은 대한민국이 법안이 없어서 테러를 못 막는 것인지에 대한 고민과 의견들이 있다라고 반박했다. 14년을 거꾸로 간 법안에 같은 공방이 반복되고 있다.

 

민주주의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가치는 "다수의 결의"가 아닙니다. 소수의 의견이 반영되도록 노력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가치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필리버스터와 같은 제도는 대결의 구도에서 어느 한편의 입장에서만 보기보다 민주주의의 가치라는 좀 더 큰 틀에서 바라보고 평가 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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