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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핑턴포스트코리아  |  작성자 허완

 

 

세계보건기구(WHO)가 소시지나 햄, 베이컨 같은 가공육을 담배나 석면과 같은 ‘발암물질’로 규정했다는 소식에 모두가 격한 반응을 쏟아내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미국 육류업체들은 일제히 ‘헛소리’라고 반발하고 나섰으며, 북미육류협회를 비롯한 전 세계 각종 육류 관련 협회들도 이 발표를 비난했다. 전 세계 육류 애호가들도 패닉에 빠졌다.

그러나 당황할 필요 없다. 결론부터 설명하자면, 가공육이 담배만큼 위험하다는 건 전혀 사실이 아니다. 붉은 고기*를 먹으면 꼭 암에 걸린다는 뜻도 아니며, 이런 음식을 먹는 걸 당장 중단해야 할 이유도 없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 붉은 고기란 말 그대로 붉은 빛을 띠고 있는 소고기, 돼지고기, 양고기 등을 말한다. 반면 치킨 등은 ‘하얀 고기’로 분류된다.

 

1. ‘암 발병 위험이 얼마나 되는지’를 말하는 게 아니다.

WHO 산하기구인 국제암연구소(IARC)는 소시지나 햄, 베이컨 같은 가공육이 직장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가공육을 담배나 술 같은 발암물질 분류표의 ‘그룹 1’에 놓았다. 흔히 ‘1급(군) 발암물질’이라고 표현되는 바로 그 그룹이다.

IARC는 또 ‘발암 효과’가 있음을 보여주는 강력한 증거가 발견됐다며 붉은 고기를 한 단계 밑인 ‘그룹 2A’로 분류했다.

 

 

그러나 같은 그룹에 있다고 해서 발암 위험성이 똑같다는 뜻은 아니다. 같은 ‘그룹 1’에 있다는 이유로 ‘가공육이 담배만큼 위험하다’는 결론을 내릴 수는 없다는 얘기다. 그 이유는 아래와 같다.

 

 

영국암연구소는 “붉은 고기나 가공육이 암을 유발할 가능성에 대해 IARC가 얼마나 확신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것일 뿐, 이것들이 암을 얼마나 유발시키는지를 나타내는 건 아니라는 점을 기억하는 게 중요하다”고 전했다.

이에 따르면, 실제로 폐암환자들 중 담배로 인해 암이 발병한 경우는 86%에 달하지만, 가공육과 붉은 고기 때문에 직장암에 걸린 환자는 21%에 그친다.

복스는 "WHO 산하 IARC가 모든 종류의 육류가 온갖 암을 유발한다고 발표한 건 아니다. 가공육이 흡연만큼이나 위험하다고도 하지 않았다. 결론은 그것보다 훨씬 제한적인 의미다. 암과 육류 사이에 관계가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니까, 결론은 이렇다. ‘담배가 암을 유발한다는 증거가 확실한 것처럼, 가공육이 암을 유발한다는 증거도 분명하다. 그러나 가공육이 담배 만큼 위험하다는 뜻은 아니다. 전혀 아니다.

 

2. 숫자에 속으면 안 된다.

IARC는 매일 50그램의 가공육을 먹으면 직장암에 걸릴 위험이 최대 18%** 높아진다고 밝혔다. 붉은 고기의 경우, 100그램당 발암 위험은 최대 17% 증가한다고 덧붙였다.
** 암에 걸릴 확률이 18%'' 높아진다는 얘기가 아니다. 위험성이 18% '만큼' 증가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 같은 수치를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곤란하다는 지적이다. 영국암연구소의 설명을 들어보자.

 

 

 

3. 고기를 전혀 먹지 말라는 뜻이 전혀 아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WHO의 이번 발표가 ‘고기를 전혀 먹지 말라’는 뜻은 아니다. 다만 이들은 ‘적게 먹는 게 좋다’고 권장할 뿐이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미국 뉴욕대 식품영양공중보건학 교수 마리온 네슬레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영국암연구소 역시 비슷한 조언을 내놓고 있다.

 

 

 

4. 어디까지가 ‘적당히’ 먹는 걸까?

 

그렇다면 얼만큼 육류를 먹어야 ‘적당히’ 먹는 걸까? 워싱턴포스트에 의하면, 여기에 대한 권장량 같은 건 없다.

 

 

 

영국암연구소 역시 “우리가 할 수 있는 말은 전체적으로 육류를 적게 먹으면 (암에 걸릴) 위험성도 낮다는 것뿐”이라고 전했다. 절대적 권장량 같은 건 없다는 얘기다. 다만 만약 육식 섭취 비중이 높은 식습관을 가지고 있다면, 그 양을 줄이고 채소나 과일 등의 비중을 높이는 게 좋다는 것.

영국암연구소는 “매우 지루한 얘기처럼 들리지만 이게 사실이다. 건강한 삶은 모두 절제와 관련되어 있다”고 조언했다.

 

 

자, 이제 소시지나 베이컨, 햄이 담배 만큼이나 위험한 '1급 발암물질'이라는 식의 기사에 겁먹지 말자. 또 만약 앞으로 WHO가 무언가를 '1급 발암물질'로 규정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면, 한 가지만 기억하자.

'1급이라는 건, 암과 그 물질 사이의 인과관계가 그만큼 분명하다는 점을 설명해줄 뿐, 그래서 암 발생 가능성이 얼마나 높다는 것인지에 대한 설명은 아니다. 발암 위험성이 어느 정도인지는 완전히 새로운 연구가 필요한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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